“동원령은 무덤” “푸틴 위해 죽기 싫다” 술렁이는 러시아 > 자유게시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1일(현지시간) 기동경찰이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AP연합뉴스“동원령은 무덤이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며 30만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자 러시아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전국으로 시위가 번지고 있고, 해외 탈출 행렬도 시작됐다. 징집에 대한 공포와 반발로 러시아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전했다.“푸틴을 위해 죽기 싫다”러시아에서는 21일 동원령이 발동된 후 ‘동원령은 무덤’(mogilizatsia)이란 조어가 탄생했다. 이는 ‘동원령’(mobilization)과 슬라브어로 ‘무덤’(mogila)을 합친 표현이다. 전쟁에서 목숨을 잃고싶지 않다는 공포가 반영돼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러시아인은 5937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합동참모본부는 그보다 열배 가까이 많은 러시아군 5만4810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한다.군복무를 마친 알렉산더(33)는 “그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징집까지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그는 만약 자신이 소집된다면 러시아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1일(현지시간) 기동경찰이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다. AP연합뉴스러시아 전역에서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OVD-Info’는 동원령 발표 이후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전쟁 반대 집회가 열려 1311명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체포된 인원은 모스크바에서 최소 502명, 상트페테르부르크 최소 524명 등이다. 비교적 경찰력이 강하게 유지돼오던 수도 모스크바와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뿐만 아니라,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와 시베리아 지역의 노보시비르스크 등지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은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펼쳐진 첫 반전 시위”라고 보도했다. “수요일(21일)의 시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대중적 불만의 표출”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집회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모스크바 중심부의 보행자 거리인 올드 아르바트에서는 “푸틴을 참호로 보내라”, “우리 아이들을 살려달라”, “나는 푸틴을 위해 죽고 싶지 않다” 등의 구호가 울렸다. 러시아 청년 민주화운동 ‘베스나’는 “동원령은 우리의 아버지, 형제, 남편 등 러시아 남성 수천명이 전쟁이라는 고기 분쇄기에 던져진다는 뜻이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죽는가? 푸틴의 궁전?”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처음엔 오직 직업군인만이 싸우고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기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전쟁은 우리들의 집까지 당도했다”고 지적했다.러시아에서 승인되지 않은 집회는 불법이다. 모스크바 검찰청은 시위를 조직하거나 참여할 경우 최대 징역 15년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군대에 대한 거짓 정보를 유포한 혐의 또한 최대 징역 15년에 해당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곤봉으로 구타하고 해산시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노보시비르스크 집회에서는 한 남성이 경찰관에게 “나는 푸틴과 당신을 위해 죽고 싶지 않다”고 외치며 잡혀갔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21일(현지시간) 동원령에 반대해 미인가 집회에 나선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이미 징집 통지받은 이들도···‘러시아 탈출’ 이어져WP에 따르면 35세 미만 예비역에 해당하는 젊은 남성들이 이미 회사나 집으로 징집통지서를 받았다. 군 관계자가 전화로 직접 통지한 경우도 있었다. 26일부터 시작되는 15일간의 군사훈련에 참석하라는 통지를 받은 이들도 있다. 이들은 건강검진에 응할 것을 안내받았다. 이 때문에 구글 검색 트렌드에는 ‘러시아를 떠나는 방법’, ‘집에서 팔을 부러뜨리는 방법’과 같은 검색어가 급증하기도 했다.러시아를 떠나는 탈출 행렬도 재현됐다. 지난 2월24일 개전 직후 러시아인들이 해외로 도피한 것과 같은 데자뷔가 나타난 것이다. 이번 주 두 아들을 아르메니아로 보내기로 결정한 안나는 “이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를 기대하면서 진정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내 아들이 전쟁에 가길 원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WP에 말했다. 그의 두 아들 중 하나는 24세다. 그는 “이 군사작전의 목적이 무엇인가? 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 전쟁을 원한 적이 없다”고 했다.러시아인이 현재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터키나 아르메니아행 편도 항공편은 가격이 뛰었고 매진됐다. 일부가 핀란드와 몽골 국경으로 몰려 검문소에서 긴 교통체증을 형성했고, 국경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온라인 대화방도 생겨났다고 WP는 전했다. 모스크바에 사는 한 직장인은 “떠나기에 너무 늦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내가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표는 이미 1만6000달러가 넘어 감당할 수 없다”고 WP에 말했다. 한 백만장자 또한 “표가 없고, 육로로 떠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부분 동원으로 인한 추가 (이동) 제한이 있을 경우 출국이 불가능할 수 있다. 모두가 이 전쟁을 어리석은 실수로 본다”고 밝혔다.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19일(현지시간) 하르키우주에서 부비트랩을 수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전쟁이냐 징역이냐···동원령 확대될 가능성전쟁을 원하지 않는 러시아 남성들은 전쟁에 가느냐, 탈영으로 처벌받느냐의 고민에 빠졌다. 가디언은 “해외로 떠난 러시아인들 또한 징집됐는데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는 탈영을 범죄화하는 법을 새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징집명령을 받고 응하지 않을 경우 탈영으로 간주돼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도 있다.부분 동원령이 차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1일 “이전에 관련 전투와 복무 경험이 있는 사람 중 일부만 동원될 것”이라며 약 2500만명이 그 기준에 부합하며 그중 약 1%만이 동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느 수준의 전투 경험과 훈련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러시아에선 18~27세 남성의 1년 군 복무가 필수다.쇼이구 장관은 동원령이 “이미 해방된 영토”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독립을 선포한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일컫는다. 이 지역은 23일부터 러시아와의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